전업 백수 탈출기 #2
#1에서 이어집니다.
두 번의 시험
1차면접은 평이했다. 쉬웠다는 말이 아니고, 언제나처럼 긴장 잔뜩 하고 버벅였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관 분들께서는 나를 한번 더 보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겉모습에 편견을 가지지 않았던 면접관 분들에게 작은 감사를 표하며, 최종 면접을 준비했다.
사실 최종 면접으로 갈 수록 준비할 게 없어진다. CS 벼락치기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바뀌지 않기 때문. 새로운 무기를 준비하기보단 지금 갖고 있는 것들로 어떻게든 싸우는 수밖에 없다.
특히 최종 면접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경험을 통해 삶의 방향과 의도를 면접관에게 설명하는 것. 당연히 양보다 질이다.
7월 말, 최종 면접을 보러 남양연구소에 갔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공기와 반대로 내 손은 점점 싸늘해지고 있었다. 긴장 1단계 증상이다.
이름답게 최종 면접은 지금까지 봤던 면접 중 제일 어려웠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걸 묻지는 않았지만, 팀 개발에서의 내 모습을 한 치의 모순도 없이 일관되게 전달해야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 이어졌다. 잘 대답한다면 오히려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그 때의 내가 제대로 대답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면접 시간은 약 30분이었지만, 체감상 20분도 안 걸렸다. 전신에서 당분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야, 빨리 하리보 먹어.
면접장을 빠져나가는 나를 연구원들이 소풍 온 아이들 구경하듯이 바라봤다. 나도 같은 시선을 돌려줬다.
음… 지금 생각해 보면 회사 선배한테 너무 차갑게 대했나 싶기도 하다.
소원 있는 사람
블린더 모각코를 하기 위해 모였던 8월 9일, 하필 이날이 최종 결과 발표일이었다.
놀랍게도 발표 직후 홈페이지가 터졌다! 몇 분도 아니고 무려 3시간 가까이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입사 안내문 문자는 제대로 발송되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라면서요? 그럼 확인을 하게 해 주셔야죠?
모각코가 끝날 때까지 홈페이지는 복구되지 않았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야 합격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적은 20전 1승 19패.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제일 관대한 시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수백 번 지더라도 한 번만 이기면 되니까.
자기 수준이 높아지더라도 시합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점만 감안하면, 도전할 만한 종목인 것 같다.
나도 10연패를 찍은 후에는 운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결과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기엔 19패(삼성전자)의 충격이 너무 크긴 했지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금은 현업 팀에 배치된 지 1달 정도 됐고, 멘토링을 막 시작한 단계이다. 팀 선배 분들께서 반갑게 맞아주신 덕분에 나름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졸업 후 입사까지 정확히 6개월 4일 걸렸는데, 이 때의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억눌리는 느낌이 든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일까? 이 글도 조금만 더 늦었다면 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들, 동기들을 만날 때마다 이야기한다. 너를 믿으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그리고 실패를 당연히 여기라고. 취준생이 아니더라도, 미래를 만들어 가는 개척자로서 지녀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아님 말고… 나는 그렇게 살아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