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취업준비생 시절 링크드인을 위시한 개발자 SNS를 자주 보던 적이 있었다. 프로필 세팅을 끝내고 스크롤을 내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세상에 왜 이리 대단한 사람이 많지?'
아래를 보고 안도하기보단 위를 보고 부족함을 느끼는 성격이어서가 아니다. 우리 세상에는 각자의 목표를 위해 도전을 이어가는 멋진 사람들이 산더미만큼 있다. 존경할 만하다.
그에 비하면 내가 사는 방식은 거창하지도 않고 공감받기도 쉽지 않으며 대의명분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평범한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적는 이유는 무엇인가?
5년 전, 아직 코로나가 없던 시절 블로그를 처음 만들며 이런 목표를 세웠다.
나중에 내가 참고할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들고 싶다.
그 당시에는 통계 부전공자로서 데이터 분석가를 목표로 했었다. 이게 내 첫 번째 블로그 글이다.
Numpy - Numerical Python
Numpy는 수학 연산을 더 쉽고 빠르게 지원해 주는 Python 라이브러리입니다. Numpy는 내부의 많은 부분이 C로 작성되어 있기 때문에, Python 리스트 연산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합니다. Python으로 회귀분
thinking-face.tistory.com
방금 다시 읽어봤는데 제법 귀엽다. 존댓말도 쓰고.
데이터 분석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물론 세상 일은 모른다), 업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위해 과거 글을 참고한 적이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5년 전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지금도 같은 목표를 세우고 있다. 미래의 내가 오늘을 고마워할 수 있도록, 현재를 통해 미래를 만들자. 블로그뿐만 아니라 내가 관심을 갖는 모든 영역에 대해. 언젠가 오늘을 돌아봤을 때, 그땐 참 열심히 살았지, 라고 추억할 수 있도록.
그렇기에 나의 현재를 가감없이 적는 것이다.
마음속에서 '그럼 일기를 적으면 되지 않느냐'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치만 일기는 귀찮은걸..
매일 출근을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피드백을 받고, 몇 개는 무시하고, 그래도 몇 개는 듣고, 뭐 그런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은 내가 너무 순진했나 싶기도 하다.
미래의 나는 회사에서 어떤 인간관계를 맺고 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