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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배리어프리 앱 개발 콘테스트 회고 (1) 본문
2024년 2월 21일 최종 발표회를 끝으로, 2023 배리어프리 앱 개발 콘테스트가 끝났다. 콘테스트 참가부터 최종 발표까지 약 10개월 간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적어 본다.
국내 최초 접근성 보장 학사정보 앱?
블린더는 내가 한빛맹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처음 구상한 앱이다. 당시 나는 고등부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교실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 중 하나가 '오늘 점심 뭐야?'였다.
고등학생이 점심 메뉴를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학생들이 의문을 풀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가정통신문으로 점자 식단표를 나눠주긴 하지만, 점자 특성상 읽기 속도가 매우 느리며 임의의 위치에 있는 정보를 찾기란 더 어렵다. 이진 탐색을 쓰더라도 묵자 식단표보다 빨리 읽을 수는 없다.
학교 홈페이지에도 식단표가 올라와 있지만, 교육청 홈페이지 포맷을 공용하는 탓에 시각장애인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맹학교 홈페이지의 접근성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 공공 IT의 현실이다.
유사 서비스를 찾아봐도 접근성 좋은 학사정보 앱은 없었다. 진짜로 국내 최초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만큼은 점심 메뉴를 궁금해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하여 가칭 '한빛 캘린더'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프로토타입 개발
UI는 당시 공부하고 있던 Compose로, 서버는 그나마 공부하기 쉬운 Python Flask를 EC2에 설치하여 구현했다. DB 테이블은 식단, 학사일정 딱 2개만 정의했다.
지금 보면 허접 그 자체였지만, 1인 개발이라 모든 게 어려웠다. 심지어 디자인까지 직접 해야 했다!
처음에는 달력 위에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 사실 이 땐 단순히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사용하시겠어요? 정도의 시장 조사만 했고, 달력이 적절한 UI인지는 조사하지 않았다.
후술하겠지만 달력은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 매우 불편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유의할 것.
기획은 1학기 때 완료했고, 여름방학 약 1달간 디자인부터 구현, Google Play 출시까지 완료했다. 사실 완성된 앱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식단과 학사일정을 앱으로 보여준다'라는 컨셉만 보여주는 프로토타입에 가까웠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끝났고, 한빛 캘린더는 오랫동안 프로토타입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개발 재개
복학 후 프로젝트 주제를 찾다가, 이대로 프로토타입으로 남겨놓긴 싫어서 3월 중순에 디자인, 서버 팀원을 1명씩 구해서 개발을 다시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했고, 앱 이름도 '한빛 캘린더'에서 '블린더'로 바꿨다.
참고로 블린더는 Calendar for Blind의 약자이다.
이 때까지는 단순히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라고만 생각했었다. 4학년으로 복학하니까 너무 정신없어서;; 프로젝트 하나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배리어프리 콘테스트
중간고사를 마치고 학생회관 앞을 지나가면서, 고개를 돌려 게시판을 보았다. 보통 게시판에는 대부분 나와 상관없는 취업 공고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유독 내 눈길을 끄는 포스터가 있었다.
그렇게 블린더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 날 내가 학생회괸 앞을 지나가지 않았다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포스터를 무시하고 지나갔다면 블린더는 아마 여느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재미없는 코드 덩어리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주변에 관심을 갖자. 누군가 공짜 떡을 내밀고 있을지도 모른다. ㅋㅋ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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