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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배리어프리 앱 개발 콘테스트 회고 (2) 본문
1편에서 이어집니다.
서류 심사
서류 심사에서는 개발할 앱 소개, 팀원 자기소개 등을 심사하여 면접 대상 20팀을 선정한다. 우리는 이미 개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작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공모전에 처음 도전하는 거라, 서류 통과 발표까지 엄청 쫄아있던 기억이 난다.
면접
서류 심사에서 작성한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는 자리이다. 7월 초에 진행했으며, 서류 통과 20팀 중 교육 캠프에 참여할 12팀을 선정한다.
블린더는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기보단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던 걸 하는 성격이 강해서, 블린더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증진시킬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답변했다.
무엇보다 맹학교에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한 경험을 인상깊게 보신 듯했다.
계획발표회
``계획발표회``이긴 하지만, 둘째날 발표를 제외하고는 접근성과 취약계층 등 콘테스트의 핵심 가치를 교육받는 자리였다. 카카오 접근성 담당 이사님, 시각장애인 대상 서비스를 창업하신 스타트업 대표님 등 훌륭한 분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강의의 질은 매우 높았으나 일정이 조금 빡빡했다. 식사와 수면을 제외하면 거의 쉬는 시간이 없었다;;
대신 밥은 정말 맛있었다. 인정.
계획발표회도 별 어려움 없이 통과했다. 이미 면접때 계획까지 전부 발표했어서, 면접때 말했던 내용을 세부적으로 다듬어서 발표했다.
개발
계획발표회를 통과한 8팀에는 제작 지원금과 멘토링 등을 지원해 준다. 앞서 말했듯이 블린더는 복잡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기술 전문가보다는 관리 업무를 맡으신 분을 멘토로 요청했고 실제로 현직 PM 분에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다.
무려 대법원 전산 개발을 관리하시는 분이라고... 실제로 일정 관리, task dependency 작성 등 많은 조언을 해 주셨다. 멘토님 감사합니다!
개발할 기능은 상대적으로 쉽게 정할 수 있었다. 콘테스트 기간 동안 1) 지원 범위를 전국 맹학교로 넓히고, 2) 메모/영양정보 등 부가 정보를 제공하며, 3) 구현한 UI/UX를 전맹/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 검증받기로 했다.
마지막 3번이 중요하다. 내가 맹학교에서 일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아니기 때문에 세부적인 데이터 인식 방향성이나 특히 한소네 사용 패턴을 알기는 어려웠다. 그야 한소네를 써본 적이 없으니까... (참고로 한소네 1대당 최소 600만원이다)
따라서 당사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좋다고 판단했고, 최소 1개월 이상 실사용자 피드백을 받기로 결정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피드백을 반영하여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나는 계획발표회 때부터 실사용자 피드백 경험을 우리 팀의 경쟁력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후술하겠지만 내 생각이 맞았다.
기능 개발은 계획발표회 종료 직후부터 시작하여, 12월 초 기말고사 직전에 마무리했다.
개발 기간 동안 세상이 절대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나도, 팀원들도 엄청나게 바쁜 탓에 개발 일정이 원래 계획보다 2주 이상 밀리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도 나와 팀원들 모두 어떻게든 시간을 쥐어짜서, 기말고사 전에 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가 이렇게 쉽지 않구나...
피드백 찾아 삼만리
기말고사를 끝내고, 종강했다는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피드백을 구하러 나섰다. 일단 내가 일했던 한빛맹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은 별 문제 없이 컨택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다른 학교인데... 친한 선생님 말에 의하면, 시각장애인들이 뭔가 검수해 달라는 요청을 엄청나게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일단 요청 건수가 많기도 하거니와, 어렵사리 검수해 줘도 별로 반영하지도 않고 쌩 가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선생님 본인도 거의 다 거절하신다고...
그래서 공식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기에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대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다른 학교의 교사분들께 개인적으로 요청을 드릴 수 있었다. 대전, 광주 등 총 3개 학교의 선생님들께 부탁을 드렸고, 그 중 대전맹학교는 방학 전날 실제로 방문하기도 했다.
고맙게도 많은 분들께서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해 주셨고, 덕분에 앱을 많이 개선할 수 있었다. 특히 달력 화면이 불편하다는 의견은 지겹도록 많이 들었어서, 날짜를 직접 입력할 수 있는 하루씩 보기 모드를 개발하여 기본 모드로 설정했다.
나도 예전부터 달력이 맘에 안 들었는데, 피드백 덕분에 더 좋은 UI를 개발할 수 있었다.
시스템 폰트 크기가 클 때(=저시력), 불필요한 그래픽을 제거하고 레이아웃을 개선하는 등 저시력 접근성 역시 증진할 수 있었다.
우리 꽤 잘 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실제로 한 말)
위기?
그런데 최종 발표 5일 전에 전달된 콘테스트 측의 평가 결과는 매우 실망적이었다.
우영님 안녕하세요! 앱개발 콘테스트입니다.
블린더 앱 모바일 접근성 평가 결과를 보내드립니다.
[총평] 모바일 접근성 지표 위반이 일부 확인되었으며
스크린리더 사용자가 앱의 기능을 이용하는데 많은 불편함이 예상됨
[준수율 미흡 지표]
보조 기술과의 호환성 (50%)
입력도움 (70%)
[시각장애인 의견]
- '전화번호로 시작하기' 등 기능이 있는 버튼이 단순 텍스트처럼 인식되어 회원가입 진행이 매우 어려움.
- 메모추가하기 버튼에서 인식되는 '이 버튼 바로 위에 새 메모를 추가합니다' 라는 부가 정보가 오히려 이용에 혼란을 줌.
- 달력에서 원하는 날짜를 선택한 이후 상세 일정 영역으로 초점이 곧장 이동되지 않아 정보 이용이 다소 불편함.
처음에는 나 자신에게 매우 실망했다. 나름 열심히 이것저것 개발했는데,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것들이 많은 불편함에 불과했기 때문. 심지어 버튼에 ``버튼 속성``을 할당하지 않은 건 순전히 내 잘못이었다.
그러나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회복되는 내 특성상(??) 다음날에 [시각장애인 의견]을 해결하는 업데이트를 배포할 수 있었다. 버튼/스위치 등 적절한 속성이 할당되지 않았던 6개 컴포넌트에 속성을 부여하고, 부가 정보는 간단하게 수정했다.
초점 이동은 아직 Compose가 지원하지 않아서 백로그로 두고, 나중에 Compose에서도 포커스를 동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 수정할 예정이다.
그렇게 마지막 주말이 지나고, 결전의 발표 당일.
최종 발표
최종 발표에서는 대상 1팀, 최우수상 1팀, 우수상 2팀을 시상한다. 장소가 무려 서울시청 시민청이다.
우리 팀은 2번째로 발표했다. 발표를 자평하자면, 지금까지의 배리어프리 콘테스트 발표 중 최악이었다. 앞부분에선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시연영상을 다 보여드리지도 못했고, 마지막 소감을 얘기할 땐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에.. 다행히 심사위원 분들께서 1개월 반 동안의 피드백 과정을 좋게 봐 주셨고, 오늘 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팀이었는데, 잘 완성한 것 같다 라는 덕담도 해 주셨다. 감사합니다 흑흑
질의응답에서는 질문보다는 향후 발전 방향 등을 많이 말씀하셨고, 감사히 경청했다. 다른 팀도 비슷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발표가 끝났다. 연단을 내려오면서 오랜만에 순수한 해방감을 느꼈던 것 같다.
결과는...
마지막 팀의 발표가 끝난 직후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원래 30분 정도 심사 시간이 있다고 들었는데 예상보다 심사가 빨리 끝난 듯했다.
시상식은 우수상(3, 4등)부터 발표했다. 일단 우수상은 아니고, 다음은 최우수상(2등)인데...
블린더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받아 최우수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맹학교에서 일한 게 이렇게 돌아오는 건가 싶어 신기하기도 했다.
시상식이 끝난 후에 서버 팀원이(사진 오른쪽) 오토에버 대표이사상이 과기정통부 장관상보다 더 희귀하지 않나? 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ㅋㅋ
날씨는 별로였지만 우리 팀에게는 최고의 하루였고, 덕분에 다음 날 졸업식도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다. 한잔해~
콘테스트를 마치며
콘테스트는 끝났지만, 우리 팀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iOS 개발부터 교사 모드, 커뮤니티 등 개발할 기능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콘테스트 측에서 지속 운영 지원도 제공하는 만큼, 많은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사용할 때까지 계속해서 개발할 예정이다.
콘테스트 기간 동안 많은 시각장애인들을 만나면서, 접근성은 정보 취약계층만이 아닌 모두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으며, 따라서 서비스 개발 과정에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내 생각과 다른 피드백도 많이 받았고, 그것들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고민이 모여 오늘의 블린더를 만들었고 내일의 나를 만들 것이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이번 콘테스트를 진행하며 경험했던 것들을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해갈 것이다. 대한민국 IT시장이 접근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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