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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입사 1년차

해스끼 2025. 8. 31. 22:09

정확히 1년 하고도 5일 전, 사람을 산 채로 삶아버릴 기세의 여름날 더위에 진절머리를 느끼며, 버스 한 대에 올랐다. 생전 처음 하는 반깁스와, 마찬가지로 생전 처음 받아든 입사 환영 팜플렛과 함께.

 

지금은 깁스도 팜플렛도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그 때의 설렘과 두려움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다. 경마장의 말처럼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나에게 처음으로 여유로운 삶이 주어진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달 통장 잔고를 걱정하던 내가, 어느새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유를 얻었다.

연수 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이 길을 일주일에 5번, 말 그대로 밥 먹듯이 지나가게 되었다.

 

인간의 욕구에는 단계가 있어, 최소한의 생리적 및 생존 욕구가 충족된 후에는, 소속감이나 존중, 자아실현 등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하게 된다고 한다. 이 이론은 나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 단지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무엇보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죄다 처음 하는 것들뿐이라, 뭔가 잘못된 것 같으면서도 내가 아는 방식으로밖에 할 수 없었다. 다행히 내 주변 사람들은 험담과 비난 대신 도움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싫어질 정도로. 

 

1년차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술적인 전문성이 아닌 정확한 소통 능력 내지는 소위 말하는 '일버릇'일 지도 모르겠다. 사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아니다. 갤럭시는 컵라면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1주년을 핑계로 사수분들께 밥을 얻어먹은 적이 있는데, 이때 들은 말이 아직도 생경하다.

너는 물어볼 때마다 하루하루가 재밌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 정도 연차가 되면(15년차!) 정반대야. 하루하루가 똑같아. 그래서 가끔이라도 자극이 되는 일이 없으면 견딜 수가 없어.

 

난 진짜로 재밌는데.. 물론 세상에 긍정적인 재미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아직은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안 하던 것들도 많이 해보고 있고. 시니어가 된 후에도 지금 마음가짐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안 하던 것들 중 하나를 소개해볼까 한다. 굳이 여기에 적는 이유는, 2년차 회고를 쓸 때가지 포기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압박이다.

우선 상대방이 자신을 알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그리고 상대방을 알기 위해 노력합시다.

상대방이 나를, 내가 상대방을 알게 된다면, 이해의 기회가 생겨나고
마침내 서로를 인정할 수 있게 됩니다.

 

예전 같으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넘어갔을 사람들도, 조금씩 이해하고 인정해 보려 한다. 할 수 있겠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1년 후에 공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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