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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2025년 회고

해스끼 2025. 12. 31. 17:39

오랜만에 키보드로 글을 쓴다. 최근 몇 달간 키보드가 글 쓰는 맛을 느끼지 못해서 그런지, 입력에 조금 저항이 있는 듯하다. 아닌가, 입력하는 사람의 출력이 문제인가. 다행히 출력 속도가 느릴지언정 내용의 질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어린 아이들은 살아온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같은 1년이더라도 영향이 더 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내 선배들은 시간의 경과를 별로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나도 어느덧 아이들보다는 그 쪽에 더 가까운 나이가 되어 버렸지만, 하루하루가 강에 흘려버린 한 컵의 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해에는 작년과 비교해서 여러가지로 힘썼던 일이 많다. 천천히 하나씩 돌아보자.

1년차!

1년차 사원이 되었다. 우리 회사는 특이하게도 7월 1일이 지날 때 연차를 가산한다. 따라서 올해 6월 30일까지 나는 0년차였고, 이 글을 쓰는 지금 1.5년차가 되었다.

 

업무를 배정받은 지 9개월 정도 지났는데, 놀랍게도 애착을 갖게 되었다(!). 과거 블린더를 개발할 때 경험했던 접근성 기능에 관한 업무인데, 플랫폼 중에서는 UI에 매우 가까운 기능이라 생각보다 빠르

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 이로써 또 한 번, 내가 걱정하는 일은 사실 별 거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야 말았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온실 속 화초 신세에서 벗어나, 많은 조직과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단순 문의부터 협의, 요청, 때로는 질책까지 경험하게 되었다. 1년차가 이런 말 해도 돼요? 너 아니면 할 사람이 없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다행히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책임을 기꺼이 수행하려 했고, 덕분에 큰 마찰 없이 일할 수 있었다. 그 사람들도 나를 이렇게 생각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규모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플랫폼이 처음으로 출시될 예정이고, 특히 내 기능도 주요 상품성 중 하나로서 포함된다고 한다. 출시될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조금 더 열심히, 꼼꼼하게 만들어 가야겠다.

Piano

취준생 때 다니던 피아노 학원이 있는데, 올해 2월 다른 지점에서 다시 등록하게 되었다. 대학 동아리 다닐 때처럼 연주회에 자주 참여할 수 있는 점이 제일 좋았다. 무려 2번이나! 심지어 두 번 모두 클래식으로 참여했다. 이 문장을 빌어 열심히 일해준 손가락에게 감사를 표함.

 

살아오면서 여러 취미를 가지려고 했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음악만큼은 길게 이어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유튜브 영상 2개 올리기를 목표로.

 

다만 한 가지 과제가 생겼다. 악기 연주란 본질적으로 근육의 세밀한 조정과 협동을 필요로 하는데, 생활 근력조차 부족한 나에게는 슬슬 한계가 다가오는 듯하다. 그것조차 없어서 지금도 오른발을 또 다친 신세가 되었다 -_-

 

이제는 진짜로 운동해야..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라도.

취미생활

최근 개인적인 깨달음을 두 가지 얻었다. 첫 번째는 내 취향이 매우 독특하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따라서 함께 취미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는 점. 예전 같았으면 나는 왜 이 모양인지 자책했겠지만, 지금은 그럼 혼자 놀면 되지! 라고 받아들였다. 저 조금 대단하지 않나요?

 

아직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무섭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거짓말하지 않고 즐기기로 했다. 목적없이 나가서 걷기도 하고, 예전부터 팬이었던 분들 공연도 봤다.

청담대교
Vanilla Mood 2025 내한공연
일본 초등학생 수준 인증도 받았다

 

이 문장을 빌어 취미의 작은 부분이나마 나눌 수 있는 주변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내년에는 우리 더 많이 즐겨보자.

사이드 프로젝트

쿠링 팀에 3년째 참여하고 있다. 메인 개발자로서 참여하기 어려워진 만큼, 올해부터는 서브 개발자로서 코드리뷰 및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솔직히 작년에는 엄청 귀찮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앱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플랫폼 일을 계속 하게 될 지는 모르지만, 만약 앱 개발을 직업으로 삼게 된다면 120% 쿠링과 쿠링의 열정적인 팀원들 덕분이다. 고마워요.

 

내년부터는 안드로이드 서브 개발자를 병행하면서, 기획자로서도 참여하게 된다. 나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 2026년 회고에서 확인해 보자.

마치며

20대 중반까지의 내 삶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투쟁 결과 놀랍게도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종종 뒷전으로 밀려났다.

 

앞으로 몇 년간은 나에게 조금 더 집중해보려 한다. 2026년에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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